[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김도형기자]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
유니클로의 새 TV 광고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롱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유니클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만 '80년'이라는 구체적 시점을 언급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앞서 유니클로는 지난 1일 일본 공식 유튜브 채널에 새로운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지난 15일부터 국내 TV광고로도 방영되고 있다.
15초 분량의 광고는 98세의 패션 컬렉터 할머니와 13세인 패션 디자이너 소녀가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광고 영상 속에서 소녀가 할머니에게 "스타일이 완전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나요"라고 묻자 그녀는 "그렇게 오래된 일을 어떻게 기억해"라고 답한다.
문제는 자막이다. 실제 발언과 달리 자막에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돼 있다.
오히려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 TV 광고 자막에는 80년이라는 구체적 기간이 언급되지 않았다. 한국의 역사 문제 등을 고려해 80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일본 광고에서는 '옛날 일은 잊어버렸어'(昔のことは、忘れたわ)라는 자막이 달렸다. 미국에서도 '맙소사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하지 못해!'(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라고 표현돼 있다.
영상 속에서 언급된 80년 전인 1939년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탄압을 받던 일제 강점기 시기다. 한·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자칫 '역사 왜곡' 등으로 민감하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80년 전인 1939년은 일본이 '국가총동원법'을 근거로 강제징용을 본격화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 해부터 1945년 해방 직전까지 강제징용에 동원된 인구만 700만명에 이른다.
당초 일본산 불매운동을 촉발된 것도 강제징용 판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시기가 언급되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롱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과거 한·일 관계를 고려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표현을 한국 소비자 광고에만 유일하게 사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정 국가나 목적을 가지고 제작한 것이 아니라, 후리스 25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글로벌 광고라는 것.
'80년'이란 표현도 둘의 나이 차이를 고려한 자막일 뿐, 국가나 역사적인 배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소비자에게 더 쉽게 의미가 전달되도록 한 표현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 대해 네티즌들은 광고 모델의 실제 나이 차이는 85세인데 80년으로 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기업 방침상 전 세계 어디에서나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사안, 신념, 단체와 어떠한 연관관계도 없다"며 "광고는 세대와 인종을 뛰어넘은 패션 피플 두 명의 자연스러운 패션에 대한 대화"라고 답했다.
사진 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