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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산, 드넓은 메타세쿼이아숲...초록 구름 위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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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산, 드넓은 메타세쿼이아숲...초록 구름 위를 걷다
  • 유인근
  • 승인 2019.09.07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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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산휴양림 입구.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살아있는 화석식물로 불리는 메타세쿼이아가 가득한 산이 있다. 대전 장태산 휴양림이다. ‘메타세쿼이아’하면 전남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이곳에서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가로수로 서있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다.

햇살이 좋은 날 사람들은 긴장을 내려놓고 메타세쿼이아 그늘에서 맘껏 휴식을 취한다. 장태산의 명물 스카이웨이를 걷다보면 마치 초록구름 위를 걷는 착각에 빠진다.

산소가 펑펑 솟아나는 '산소공장'

언뜻 보면 편백나무나 삼나무와 생긴 모양이 비슷한 메타세쿼이아는 '살아있는 화석식물'로 불리는 전설의 나무다. 1억년 전 백악기 공룡시대의 화석에서도 발견됐으며 실제 한국에서도 포항에서 메타세쿼이아 화석이 발견됐다.

이미 300만년 전에 지구상에서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던 이 나무는 놀랍게도 1946년 중국의 오지 마을에서 살아 숨쉬는 나무로 발견돼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높이 35m, 지름 2m까지 자라는 키다리 나무로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며 때문에 요즘엔 가로수로 인기가 높다.

그런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원없이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대전 서남쪽 장태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장태산자연휴양림이다. 장태산은 높이 186m의 나지막한 산이다. 산세가 유려하지도 않아 볼거리도 많지 않다.
 

2 정상에서 바라본 메타세쿼이아 숲. 3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메타세쿼이아 나무.

그럼에도 이 산에 자리한 휴양림이 대전 시민들로부터 힐링의 명소로 사랑받고 있는 단 하나의 이유는 오로지 울울창창한 '메타세쿼이아' 숲 때문이다. 6000그루가 넘는 메타세쿼이아가 집단 식재되어 쥐라기 공원에라도 온 것 마냥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겨준다.

이곳 우리나라 최대의 메타세쿼이아 군락지에서는 언제나 맑은 산소가 펑펑 솟아난다. 그래서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을 산소공장이라고 부른다. 그 산소를 마시기 위해 많은 이들이 장태산을 찾아 태양이 가려진 시원한 나무 그늘 속을 걸으며 산림욕을 즐기고 힐링을 체험한다.

전 재산을 털어 가꾼 메타세쿼이아 숲

장태산휴양림은 1970년대 초반 국내 최초의 독림가(篤林家)인 고 임창봉(2002년 타계) 선생이 20년 동안 전 재산을 털어 평생을 가꾼 24만 평 규모의 숲이 그 시초가 됐다. 선생은 개인 재산 200억원을 들여 장태산휴양림 터를 사들이고 메타세쿼이아 등 나무 20만 그루를 심고 혼신의 힘을 기울여 가꿨다. 그는 수백억 원의 자산가치가 있는 장태산을 자식들에게 한 평도 물려주지 않고 "시민 품으로 돌려주겠다"며 대전시에 기부했다.

휴양림 입구부터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는 언제 봐도 듬직하다. 이리저리 뒤틀리지 않고 그저 하늘로만 곧게 뻗었고, 긴 삼각형 형태를 이룬 나뭇가지는 멋스럽다. 그런 나무들이 빽빽하게 군집을 이루고 아름다운 숲을 만들었다.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곧 숲속 산림욕장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부터 전국 최대 규모의 메타세쿼이아 숲이 펼쳐진다. 숲 곳곳에 나무 데크와 벤치, 나무침대 등 휴식공간이 많아 휴식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그늘 밑에서 낮잠을 즐기고, 한가롭게 책을 읽는 사람들... 나무 침대 한자리를 꿰차고 누워 하늘을 보니 시원하게 뻗은 메타세쿼이아의 연초록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무척 싱그럽고 눈부시다.

등산로를 따라 산책로 수준의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다보면 금방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는 목조 2층 팔각정자로 되어 있어 산 아래 풍경을 바라보며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주변의 풍경은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무엇보다 휴양림 입구의 용태울 저수지가 그림 같은 풍경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4 나무 위 스카이웨이. 5 타워 위에서 바라본 스카이웨이. 6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사이에는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초록 구름 위 스카이웨이 산책하기

메타세쿼이아 나무와 함께 장태산휴양림의 최고 명물로 통하는 것은 '스카이웨이'다. 이곳에 와서 꼭 체험하고 가야할 명소다. 스카이웨이는 말 그대로 하늘길이다. 워낙 메타세쿼이아의 키가 크다 보니 나무 중간쯤의 높이에 목재 데크로 하늘 길을 만들어놓았다.

556m의 길이로 조성된 스카이웨이를 걸어가면 까마득히 우러러보기만 했던 메타세쿼이아 나무의 허리를 눈앞에서 자세히 보고 만질 수 있다. 어느 곳에서도 해볼 수 없었던 색다른 숲 체험이 마냥 신기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까마득한 저 아래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묘하다.

스카이웨이는 높이 27m의 스카이타워와 연결된다. 달팽이관처럼 빙글빙글 도는 데크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나무보다 높은 높이 때문에 바람에 살짝살짝 흔들리기도 한다. 스카이타워 정상에 서면 시야가 탁 트이며 숲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의 산들이 가깝게 다가서고 숲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다. 스카이타워 아래는 온통 초록세상이다. 사람들이 나무 사이로 길게 뻗어있는 스카이웨이를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연초록 구름 위를 산책하는 것처럼 보인다.

장태산휴양림을 부지런히 걸어 다니면 정상의 팔각정까지 다녀와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숲에서 빈둥빈둥 시간의 무료함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다보면 하루해가 짧다.

장태산휴양림을 가려면 호남고속도로 서대전나들목으로 나와 가수원사거리에서 우회전한 후 8㎞ 정도 직진한 뒤 흑석네거리에서 좌회전해 4㎞ 더 가면 된다.

글·사진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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